현실일까 두려운 ‘추적자’의 우아함



사진: 방송 캡처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됐다.

딸의 발인 전 마지막으로 범인을 잡고 싶었던 홍석(손현주 분)은 천신만고 끝에 PK준(이용우 분)의 블랙박스를 찾아 사고 당시 영상을 확인한다. 이내 동윤(김상중 분)의 계략에 휘말려 증거는 인멸당하지만, 이미 홍석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박힌 당시의 참상은 복수의 불씨를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조용히 덮힐 줄 알았던 사건을 이리저리 파헤치는 홍석의 존재를 알게 된 동윤은 고개짓 한 번,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사건을 원점으로 돌린다.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여기저기 들쑤시며 고군분투하는 홍석과 대비되는 우아하고 고상한 대처다.

이처럼 드라마 ‘추적자’는 일반 대중들이 접하기 어려운 권력 이면의 행태를 낱낱이 파헤친다. 물론 이와 같은 설정들은 드라마라는 외피를 두른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것 이지만, 왠지 모르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은 추측으로 드라마를 드라마 이상으로 보는 시각을 갖게 해준다.

극중 캐릭터들은 철저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정치발전연구회 소속으로 동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김의원은 “못난 선배지만 정치 후배에게 충고 한 마디 해도 될까요”라는 정중한 언변 뒤 돌변해 “까불지마, 너같은 놈 선거때마다 나타나. 여론 믿고 날뛰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것들”이라는 독설을 거리낌 없이 날린다. 이어 “잘 들어, 정치는 개인이 하는게 아니야. 세력이 하는거지. 머리 숙여, 무릎 꿇어”라는 호기로운 말을 던지지만 동윤의 철저한 계략 앞에 이 같은 선언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결국 정치발전연구회의 지지를 얻어낸 동윤은 원래 지지를 받기로 되있던 유대표를 만나고, 유대표 역시 ‘정치인’다운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국회의원들은 개인이 헌법이다. 개개인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지극히 모범적인 말 뒤에 유대표가 동윤에게 던진 말은 “강아지 한 마리를 들였는데 귀엽다 귀엽다 했더니 밥상에까지 올라온다”는 섬뜩한 말. 이에 동윤은 “저한테 주시죠. 청와대에 가서 잘 키워보겠습니다”라는 말로 응수하며 뒤지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실 풍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입차 고객 명부가 필요해 영장을 발부하러 간 홍석은 최검사(류승수 분)에게 영장을 요청하지만, 최검사는 영장 담당 판사가 ‘지난 주 술 먹고 싸운 놈’이라는 이유만으로 발부를 거부한다. 이에 홍석은 “영장 하나 치는 게 뭐가 어려워. 우리가 몇 달 수사해서 올리면 당신은 빨간펜으로 쭉쭉 그어서 수사지휘하지. 당신 눈엔 같잖겠지만 우린 그렇게 일해. 그런데 영장 하나 치는 게 뭐가 그리 어렵냐고”라는 말로 강력계 형사로 살아가는 비애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드라마 ‘추적자’가 그려내는 권력의 힘은 소시민의 저항과 대비되어 그 크기가 극명히 드러나고, 그런 권력 앞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현실의 참담함은 더욱더 쓰라리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져 더욱더 불안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청자들의 불안함과 참담함은 드라마 ‘추적자’가 본래 의도한 감정선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극 초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같이 느껴지는 이 답답함은 복수가 진행되고 거대 세력들이 하나 둘 무릎을 꿇는 전개에 의해 극 말미 모두 해소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매력인 ‘대리만족’의 통쾌함을 위해 극도로 악랄함을 그리는 ‘추적자’ 속 일련의 사건들은 시청자들에게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현재의 현실을 짚어보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이 우아함과 고상함으로 무장해 칼날같은 힘을 휘두르는 절대자들의 권력 속, ‘추적자’가 그려나갈 가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ource & Image : 한국일보 via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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