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병맛’ 중독되다



tvN <SNL 코리아>


ㆍ주류 문화 조롱하는 ‘B급 정서’

ㆍ예능 프로를 넘어 드라마·오디션 등 방송가 대세로


KBS <안녕하세요>


의미도 맥락도 없다. 어이없고 황당하다. 때론 거칠고 과격하며 경박하다. 그런데 재미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즐기다 어느새 중독된다.

‘병맛’ 코드가 대중문화를 점령하고 있다. ‘병맛’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생겨난 단어로, 말이 안되고 어이없다는 뜻이다. 이 용어는 원래 상대를 조롱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비주류, 저급 문화 콘텐츠를 지칭하던 이 ‘병맛’은 최근 몇 년 새 기발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로 부상했다. 무심하고 별 의미 없이 소비되던 B급 문화가 주류의 세련된 문화마저 압도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까지 꿰어내며 대중을 환호하게 한다. 이제 ‘병맛’은 조롱이라기보다 공감과 찬사에 가깝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 상당수는 이 같은 코드를 차용하고 있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 <SNL코리아>, Mnet <비틀즈코드2> <음악의 신> 등 케이블 프로그램뿐 아니라 MBC <라디오스타> <무작정패밀리>,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개그콘서트> 등 지상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MBC <무한도전>이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벌이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에 이 같은 코드가 녹아 있다.


유브이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 머물러 있던 ‘병맛’ 코드는 오디션, 가요, 드라마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확대된 장기자랑의 형식과 의미를 담고 있는 tvN <코리아 갓 탤런트>(코갓탤)를 보면 참가자들의 성향에서부터 이 같은 흐름이 뚜렷이 나타난다.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저것도 장기라고…’ 할 만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하는 참가자들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이를 대하는 관객들의 호응도 좋다. “난 이런 사람이다”라고 외치는 그들에게 심사위원과 대중은 “독특하고 신선한 웃음을 줬다”며 지역예선도 무리 없이 통과시킨다. UV에 이어 ‘형돈이와 대준이’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도 같은 솔직한 기발함 때문이다. <코갓탤> 정종연 PD는 “<아메리칸 아이돌> <브리튼스 갓 탤런트> 등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독창적인 장기나 특이 코드를 내세우는 괴짜를 발굴하고 있다”면서 “재미와 웃음이 대중에게 강하게 다가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류 무대에서 활동하던 대중문화 종사자들도 기꺼이 ‘병맛’ 생산자가 된다. 김주혁, 조여정, 신동엽, 박진영 등이 앞다퉈 <SNL코리아>에 출연해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보수적이고 정형화된 형식을 갖고 있는 멜로드라마들도 코믹 황당 패러디를 곳곳에 배치했다. 아이돌 그룹에서는 지난해 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 캬라멜’이 ‘병맛콘셉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2AM의 조권은 킬힐을 신는 등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관습의 틀을 깨고 있다.

‘병맛’이 갖고 있는 창조적 상상력, 잠재력의 원천은 웹툰이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활발히 유통되기 시작한 웹툰은 형식과 내용의 제약이 없고 상식을 벗어난 어이없는 구성을 가졌다. <이말년시리즈>의 이말년, <마음의 소리>의 조석 등 웹툰이 낳은 스타작가들의 작품은 업로드될 때마다 접속자가 폭주하며, 여러 인기 웹툰들은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며 대중문화 전반에서 창작자의 역할을 해낸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 ‘병맛문화’는 2000년대 들어 인터넷 게시판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누리꾼들이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 시초이고, 여기엔 자기비하와 냉소, 희화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tvN <코리아 갓 탤런트>

<음악의 신>(Mnet)을 연출하는 박준수 PD는 “왜 좋아하는지, 왜 웃는지 따지고 분석하는 것 자체가 병맛과는 상반되는 개념”이라며 “그냥 뜬금없는 의외의 상황, 던져지는 무언가를 있는 대로 즐기고 받아들이는 것이 병맛 코드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의미 과잉 콘텐츠의 시대에 질린 대중이 병맛 코드의 무의미성에 열광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주류에 대한 반발로 이어진다. 극소수만 선택받고 대접받는 사회, 그리고 그 틀로 진입할 수 없는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자신을 ‘잉여’(쓸모없는 인간 혹은 낙오자)라고 지칭하며 병맛을 즐긴다.

TV평론가 김선영은 “주류의 틀을 갖춘 ‘꼰대문화’에 대한 반감, 여기에다 최근 강압적 규율과 억압이 강해졌고 표현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 심해진 사회분위기를 극복하려는 대중적 의지가 병맛이라는 이름으로 발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재근은 “사회가 경박해지고 있다는 부정적 흐름도 간과해선 안된다”면서 “특정한 대상을 비틀고 조롱하기 전에 그 대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병맛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생겨난 단어. 말이 안되거나 어이없다는 뜻이다. 상대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비정상적인 이야기 구성을 갖거나, 대충 그린 듯한 웹툰 만화를 비판할 때 사용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창작물 중 저급한 것을 가리킬 때도 쓰였다. 지금은 B급 문화와 저급 문화를 가리키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Source & Image : 경향신문 via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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