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날, 심사했던 5인의 ‘기억’


서태지와 아이들이 출연했던 <특종 TV연예>의 코너 ‘신인 무대’는 일종의 신인 오디션 형식이었다. MC 임백천이 사회를 보고, 작곡가 하광훈과 양인자, 연예평론가 이상벽, 가수 전영록이 심사위원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송창의 CJ E&M 방송사업부문 개발센터장(당시 <특종!TV연예> PD)

“굉장했지요. 데모테이프(가수가 프로듀서에게 보내는 테이프)를 들었는데, 노래 안에 발라드도, 댄스도, 그리고 헤비메탈도 다 있더군요. 누가 만든 노래냐고 했더니 스무살짜리가 작곡을 했다더군요. 흥미진진했어요. <특종!TV연예> ‘신인 무대’에 출연해보자고 권했죠. 비틀스가 폭풍을 불러 일으킨 건 음악 때문만은 아닙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에게도 아이콘이 될 만한 요소가 많았습니다. 분명 과거와는 360도 다른 친구들이었죠. 상표도 떼지 않은 의상에다, ‘시대유감’ 같은 노래로 기성세대들조차 두려워하던 단체들과 싸움을 벌이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슈퍼스타를 한 번이라도 내본 게 영광입니다.”

■이상벽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당시 연예평론가)


이씨는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을 오디오형 가수에서 비디오형 가수로 전환되는 실마리가 될 것같다고 평가하며 새로운 흐름을 예견했다.

“그때가 선합니다. 당시로는 상상도 못할 가수가 나왔었죠. 그렇게 파격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습니다. 제 평이 꽤 좋았다고들 하고, 자꾸 물어보는데 정말 그날 처음 들어본 노래였습니다. 천진난만하지만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은 가수로 이해했습니다. 만에 하나 그 거대한 흐름을 제가 잘못 평했다면 얼마나 망신이었을까 싶기도 해요. 이후 이들이 보여준 음악은 대단히 공감의 폭이 넓었고, 자양분 역시 풍부했습니다. 지금 많은 스타들이 이들이 남긴 자양분을 먹고 자랍니다.”

■가수 전영록

그는 당시 방송에서 서태지를 시나위의 한 멤버라고 소개하면서 랩 댄스 장르에 메탈 리듬이 들어가 있는 것이 좋아보인다고 했다. 서태지가 머리를 자르니 저렇게 예쁠 줄 몰랐다는 첨언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판단의 몫은 팬들에게 주는 게 맞다면서 평가를 유보했다.

“저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당시 제작자 유대영씨를 좀 아는 편이었어요. 그 친구가 집 팔아서 음반을 제작했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었고요.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는데 음악이 제법 세련됐습니다. 제가 당시 록과 흑인 음악을 접목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그들의 음악이 그러하더군요. 유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넘어 ‘이들 음악이 너무 잘되면 가요판이 와르르 무너지겠다’는 두려움 같은 것도 얼핏 있었던 걸로 기억돼요. 이 장르, 저 장르 더 연결시켜주길 기대했는데 음악 활동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어요. 조금은 대중앞에 더 자주 나타났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작곡가 하광훈

그는 변진섭의 대부분 히트곡을 쓴 최고 인기 작곡가로 당시 방송에서 ‘난 알아요’가 비트는 좋으나 랩에 신경을 쓴 나머지 멜로디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날 이후 제가 팬들에게 매우 시달렸습니다. 웬만큼 터진 가수가 아니었고, 아예 시대를 뒤집어 놓았던 가수 아닙니까. 인터넷에는 제 평을 두고 안 좋게 이야기하는 팬들의 글이 아직도 있어요. 지금 와서 잘했다, 잘못됐다고 말하는 상황도 우스워요. 심사위원끼리 이런 말을 한 게 있어요. 점수를 너무 후하지 주지는 말자고요.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식 랩의 묘미를 제대로 찾았기 때문에 그처럼 커다란 물결을 일으켰다고 봅니다. 2집 때부터 적극적으로 꺼낸 록의 요소, 혁신적인 가사도 좋았습니다. 대중가수가 너무 신격화, 신비주의화되는 건 반대입니다. (조)용필 형을 보면서 드는 생각인데 너무 고독히 지내지 말았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20여년 만에 이주노씨를 만났는데 오히려 저를 위로하더군요. 또 ‘사실은 그날 노래를 어떻게 했고 누가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라고 했고요.”

■가수 겸 MC 임백천

그는 서태지의 2~4집 컴백 방송 때마다 진행을 맡은 서태지 전담 MC였다. 첫 무대를 편안하게 해준 인연으로 서로 유대감이 두터웠다. 15주년을 기념해 서태지는 가수 선배 겸 MC인 그에게 친필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기억이 생생합니다. 시청률이 꽤 좋았고요. 서태지씨가 한때 몸담았던 시나위와 왕래가 있어서 원래부터 좀 알고 있었습니다. 데뷔 이후 사상가, 혁명가같다고 여길 때가 있었어요. 대중문화의 힘, 한 가수의 힘이 이렇게 막강하구나 하는 생각도 처음으로 해봤고요. ‘컴백홈’을 부르면 실제로 집 나왔던 10대들이 수백명씩 집으로 되돌아가던 때였으니까요. 교조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그게 그의 힘이기도 했습니다. 서태지의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달라졌었지요. 저는 아이들의 사고체계도 그의 출현 이후 바뀌었다고 여기는 한 사람입니다.

Source & Image : 경향신문 via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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