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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 살다보면 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공동범행을 저질러 각각 징역 1년형을 받은 죄수 2명이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증거가 불충분한 여죄가 있다. 수사관이 솔깃한 제안을 한다. A, B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여죄를 '자백'하면 그 사람은 '석방'해주고, 끝까지 '부인'한 사람은 괘씸죄로 '9년형'을 내린다는 것. 둘 다 '자백'하면 증거가 명백하므로 A, B 모두 '5년형'이라는 조건이다.
이 경우 죄수 A, B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자백'이다. 보자. A가 '부인'을 했는데 B가 '자백'을 하면 A는 '9년형'이고, B가 '부인'을 하면 A는(B도) '1년형'이다. 이번엔 A가 '자백'을 했는데 B가 '자백'을 하면 A는(B도) '5년형'이고, B가 '부인'을 하면 A는 '석방'이다. 결국, A는 '부인'을 하면 '9년형이거나 1년형', '자백'을 하면 '5년형이거나 석방'의 결과를 얻게 된다. 그래서 '자백'이 유리하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만약 두 사람이 모두 '부인'을 했으면 각자 '1년형'만 살면 된다. 둘 다 '석방'되는 경우는 없으므로 이 '1년형'이 두 사람이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이득(합계 2년형)이다. 즉 상대방도 '부인'을 할 것이라 100% 믿고 여죄를 '부인'하면 모두 '1년형'에 그칠 것이라는 유혹이 손짓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순진하게 '부인'을 할 경우 상대방이 혼자 살겠다고 '자백'을 해버리면 자기만 '9년형'에 처해질 게 뻔하다.
또한 공동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봐도 문제가 생긴다. 둘 다 최선의 선택으로서 '자백'을 했을 경우 이들의 형량은 '5+5=10년형'. 하지만 이 10년형은 '부인+부인'(1+1=2년형)은 물론, '자백+부인'(0+9=9년형)의 경우보다도 최악의 결과가 된다. 결국 각자 최선의 선택이 공동의 이익 관점에서 보면 최악의 선택이 되는 딜레마가 돼버리는 것이다. 이게 바로 '죄수의 딜레마'다.
결국 '죄수의 딜레마'는 상대방을 믿지 못해서 생기는 변수이자 선택의 갈등인 동시에, 각자 최선의 선택이 팀 전체에는 최악의 선택이 돼버리는 딜레마다.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는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교묘히 그리고 빈번히 활용된다. '능력자' 김종국을 비롯해 이광수 지석진 하하 개리 송지효 심지어 '공간지배자' 유재석까지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고 협의할 수 없다는 것이 '런닝맨'의 대전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일 '런닝맨 서바이벌 게임'은 이들 멤버 7명의 얽히고설킨 '죄수의 딜레마'가 빛을 뿜었다.
1라운드 미션은 '멤버들이 레이스에서 가장 먼저 탈락시키고 싶은 멤버 1인'으로 뽑힌 김종국의 이름표를 떼는 것. 이 미션이 성공하면 6명이 2라운드에 진출하고, 실패하면 김종국을 포함해 7명 전원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 즉 '팀 최선의 선택=김종국 아웃'이라는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제1차 딜레마가 생겼다. 김종국 이름표를 떼려고 기를 쓰다가 실패할 경우 2라운드에서 김종국의 보복이 두렵고, 반대로 김종국에게 잘 보이면 2라운드에서 편해질 수 있다는 것. 즉 멤버 각자의 최선의 선택이 정말로 '김종국 아웃'일까 하는 의혹이 생긴 것이다. 공동전선(공동이익)에 이미 틈새와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제일 먼저 흔들린 멤버는 역시 '임팔라' 지석진. 이광수가 김종국으로부터 이름표를 떼일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본인의 사욕(?)을 위해 발을 뺀 것이다. 설사 김종국이 이름표를 떼이면 가장 좋고, 이광수가 이름표를 떼여도 자기는 거들지 않았으므로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을 한 것. 결국 이광수는 이름표를 뺏겨 '일시정지'가 됐고, 김종국은 우여곡절 끝에 1라운드를 무사히 통과했다.
'런닝맨' 멤버들의 '죄수의 딜레마'는 2라운드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한 뜻으로 뭉칩시다"라며 '김종국 몰표'를 호소한 하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하가 오히려 '2라운드에 먼저 탈락시키고픈 멤버 1위'에 뽑힌 것.
1라운드를 통해 재입증된 김종국의 우월한 파워를 알아챈 '에이스' 송지효와, 이러한 김종국과 송지효의 연합전선을 눈치 챈 지석진이 김종국 대신 하하를 찍음으로써 하하 표가 '무려' 4표가 나온 것. '김종국 아웃'이라는 공동의 이익이 멤버들의 '하하 선택'이라는 '최선의 선택'으로 무너진 셈이다. 만약 이 때라도 '차선'으로서 '김종국'을 택해 일사불란하게 노력을 했다면 '김종국 아웃'이라는 초기의 공동의 이익은 최소한 달성할 확률은 있었다.
더욱 가관은 3라운드 투표에서 펼쳐졌다. 이미 표심은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이광수는 유재석에게 "만약 형이 (탈락 1순위 후보에) 되더라도 이름표 안뗄게요"라고 공개적인 연합전선을 제안했다.
하지만 투표 1위는 이광수. 하하가 2라운드에서 탈락한 상황에서 지석진과 송지효, 개리, 김종국이 가장 만만한 이광수를 찍는 또 한번의 '최선의 선택'을 행사한 것이다. 김종국은 이미 '같이 가야 할 동반자'로 탈바꿈돼 있었고, 지석진과 송지효는 나이와 성별에서 '런닝맨'의 공공연한 약자였다. 멤버들은 3라운드에서 또 한 번 여러 경우의 수에서 각자의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결과는? 이날 '런닝맨' 4라운드 최종 우승의 영예는 김종국에게 돌아갔다. 멤버들 각자가 매 라운드 '최선의 선택'을 했음에도 '김종국 우승'이라는 최악의 선택(=팀 최선의 선택과는 정반대의 결과)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서로 머리 굴리다가' 최악의 경우에 빠지는 것, 이게 '런닝맨'이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이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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