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리'를 향해 쏜 결말이었다. 방영 초반부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과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SBS 월화극 '패션왕'. 후반까지도 '발리에서 생긴 일'의 영역 표시를 확실하게 해놨던 이 드라마는 결말에서도 결국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22일 방송된 '패션왕' 20회에서는 야망을 꿈꾸던 주인공 강영걸(유아인)이 정체 모를 인물의 총에 목숨을 잃는 장면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방송에서 정재혁(이제훈)은 조순희(장미희)와 손을 잡고 언론을 이용해 '강영걸 죽이기'에 나선다. 실제로 영걸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게 되고, 잠적할 수밖에 없었던 영걸은 한 달 후 가영에게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보냈다. 하지만 비극의 전조는 여기서 시작됐다. 편지를 먼저 본 사람이 가영(신세경)이 아닌 재혁이었던 것이다.
상황을 알 리 없는 가영은 재혁을 따라 미국에 갔고, 영걸은 패션스쿨 앞에서 재혁과 함께 있는 가영을 보고 망연자실한다. 그럼에도 가영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던 영걸. 만취한 채 가영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싶다"는 말을 남기지만, 같은 시각 누군가는 영걸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전화기 저편에서 "보고싶다"고 화답하는 가영의 목소리. '패션왕'은 충격적인 장면을 시청자에게 선사하며 그렇게 끝을 맺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전이 반전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은 '발리에서 생긴 일'의 결말이 워낙 깊은 여운을 남겼던 이유에서다. 지난 2004년 방송된 '발리에서 생긴 일'은 주인공 재민(조인성)이 사랑하는 여자 수정(하지원)과 또 다른 수정을 사랑하는 남자 인욱(소지섭)을 죽이고 자살하는 충격적 결말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한국 드라마에서도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충격적 죽음으로의 귀결이었기 때문에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패션왕'이 결말에서 내세운 반전은 영걸에게 총을 쏜 인물이 과연 누구냐는 점이다. 하지만 영걸에게 누군가 총을 겨누는 순간 그 정체가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총'이라는 도구에만 시선이 쏠렸다. '발리에서 생긴 일'과 차별화를 두겠다는 제작진의 포부에 문득 배신감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제작진이 '발리에서 생긴 일'과 인연이 있는 이상 그 분위기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패션왕'의 이선미, 김기호 작가는 '발리에서 생긴 일' 대본을 집필했고 이명우 PD는 당시 조연출로 인연을 맺었다. 더군다나 '발리에서 생긴 일'은 지금 다시 봐도 세련된 수작으로 남아있다. 그보다 나았다면 어느 정도의 흡사한 색채는 감수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패션왕'으로 돌아가보면, 이 작품은 살아온 배경과 개성은 모두 다르지만, 오로지 패션에 대한 열정과 꿈, 패기로 가득 찬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패션계도 한 눈에 보여줬던 점도 박수를 쳐줄만 하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은 역시나 '발리에서 생긴 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해불가한 '찌질이' 캐릭터들은 드라마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아왔다.
마지막 장면에서 누군가 유아인을 향해 겨눈 총은 사실 '발리'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발리를 향해 쏘다. 드라마 '패션왕'의 결말은 이렇게 끝이 났다.
Source & Image : enews24 via Nave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