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두', 임신·낙태·폐경…'금기어' 없는 적나라한 드라마



극중 하룻밤 실수로 생긴 아이의 낙태를 고민하는 김선아./ MBC '아이두 아이두' 방송 캡처

임신, 낙태, 폐경...지금껏 어느 드라마에서도 이런 단어들이 이처럼 자주, 또 비중 있게 등장한 적은 없었다. 여주인공이 폐경을 앞둔 상태에서 하룻밤 실수로 극적인 임신을 하고, 낙태를 고민하는 이런 상황은 사실 작품 속이라 해도 그리 흔치 않다.

MBC 수목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극본 조정화, 연출 강대선)'의 주요 스토리는 이렇다. 구두회사 디자이너인 능력 있는 '골드미스' 황지안(김선아 분)이 우연히 처음 만난 20대 연하남이자 이렇다 할 직업도 없는 백수 박태강(이장우 분)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폐경을 앞뒀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경고를 받았던 지안이 태강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승진을 앞두고 있던 지안은 진지하게 낙태를 고민한다.

지안은 "괜히 들러붙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다. 그냥 똥 밟았단 셈 치고 아기를 지워 버려라"고 말하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결국 낙태 수술을 하려고 산부인과까지 찾아갔지만 결국 "왜 내 아이만 종기 취급하냐"고 오히려 화를 내며 병원을 빠져나온다.

지금껏 국내 드라마에서 낙태를 권유하며 "쉬쉬해서 그렇지 주변에 낙태하는 여자들 많다. 여자 혼자 독박 쓰라는 것 아니냐"고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친구 캐릭터는 없었다. 현실을 반영한다는 드라마에서조차 극중 대사처럼 쉬쉬하며 다루지 않았던 그 민감한 소재를 '아이두 아이두'는 대 놓고 솔직하게 건드린다.

지안은 결국 산부인과 의사이자 맞선 상대인 조은성(박건형 분)에게 임신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해 버린다. 조은성은 갱년기 우울증에 빠진 황지안을 신생아실로 데리고 가 "난 우울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가슴 따뜻한 남자.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안타까운 상황에 마주하자 "수술이 하고 싶으면 몰래 해 버리든가. 앞으로 당신 어떻게 좋아하라고. 당신 최악이다"고 악담을 하며 괴로워한다.

심지어 조은성은 낙태법 폐지 찬반 토론에 참석해 "아기 지우라고도 못하고 낳으라고도 못한다. 우린 선택할 자격이 없다. 뱃속의 아기도 그렇다. 살고 싶어도 살고 싶다고 말 못하고. 당신들 무책임한 실수에 죽어야 하는 아이라면 어떻겠느냐"고 말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린다.

황지안에게 찾아온 새 생명은 자신이 그려 온 '슈퍼 알파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 있는 절망인 동시에 폐경이행증을 앓고 있는 한 여자로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에 휩싸여 괴로워하는 김선아의 처지는 시청자들에게 임신, 낙태와 사회적 성공 사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아이두 아이두' 관계자는 "일이 좋아 치열하게 살아왔던 강철 심장 지안에게도 폐경이행증이라는 진단에 이어 임신이란 문제는 감당해 내기 어려운 혼란일 것이다. 슈퍼 알파걸이기에 앞서 한 여자로서 지안의 고민과 선택에 시청자들 또한 동행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랄하고 가벼울 줄만 알았던 로맨틱 코미디 '아이두 아이두'는 20-30대 미혼 여성들의 성과 사랑을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그려 내며 여성 시청자들에겐 공감대를 형성하고, 남성 시청자들에겐 여성들이 갖는 고민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혼전 임신과 미혼모 등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내용들을 앞으로 어떻게 현실적이면서도 어둡지 않게 그려 갈지 '아이두 아이두'에 거는 여성 시청자들의 기대가 크다.

Source & Image : 스포츠서울 via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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