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방송 마지막날 아침 편집테이프 넘길 때 짠했죠”



4년7개월 동안 연출한 KBS2 TV <해피선데이-1박2일> 코너에서 하차한 나영석 PD는 개인적인 1박2일 추천 여행지로 강원도를 꼽았다. | 권호욱 선임기자


ㆍ‘1박2일’ 끝낸 나영석 PD

4년7개월간 방송된 KBS2 TV <1박2일>로 이승기는 20대의 절반을 보냈다. <개그콘서트>에서 인지도를 얻었던 예능 초보 이수근은 정상급 예능인이 됐다. 김종민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고 나서도 프로그램에 돌아올 수 있었으며, 아이돌 그룹의 리더였던 은지원은 한 집의 가장이 됐다.

KBS2 TV <해피선데이-1박2일>을 통해 자란 것은 출연자들만이 아니었다. 이들과 야생을 함께해온 연출자 나영석 PD(36)도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수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나 PD는 지난 26일 방송된 전북 정읍편을 마지막으로 연출자의 자리를 최재형 PD에게 물려줬다. 마지막 방송 직후인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난 나 PD는 다소 멍한 표정이었지만 홀가분해 보였다.

“마지막 방송요? 편집을 하면서 수백번은 보던 장면이니 담담했어요. 오히려 방송날 아침에 최종 편집테이프를 넘길 때가 짠했죠. 편집이 끝나면 기술감독님하고 둘만 남는데 평소 말씀이 없으시던 분이 ‘고생했다. 수고했다’고 말씀해주셔서 울컥했어요.”

<1박2일>은 2007년 8월 충북 영동에서 닻을 올렸다. 전작 <준비됐어요>의 주요 멤버였던 강호동과 은지원, 이수근, 김종민 등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었다. 초반 멤버인 지상렬과 노홍철이 각각 스케줄 때문에 빠지고 김C, MC몽, 이승기 등이 새로 투입됐다. 이후 강호동이 은퇴를 선언한 지난해 9월까지 ‘국민예능’이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로 상승일로를 걸었다.

“원래는 시골에서 남자들이 ‘구르는’ 프로그램을 생각했어요. 몸뻬도 입고 막노동도 하고…, 거기에 여행이라는 요소가 추가되고 복불복 코드를 넣어서 재미를 줬어요. 처음엔 일단 어찌될지 모르고 그냥 간 거예요. 멤버들은 다 눈여겨본 친구들이었어요. 은지원은 안 내키면 시큰둥하다가도 좋아하는 부분에선 눈을 빛내는 모습이 독특했고, 이승기는 선한 인상, 이수근은 발전 가능성을 봤죠.”

프로그램은 5년 평균시청률이 20%를 넘는 인기를 얻었다. 세 번에 걸쳐 진행한 ‘시청자 투어’는 100만명의 신청자가 몰리는 축제가 됐다. 촬영지로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도 치열했다.

“가끔 윗분들에게도 부탁이 간 것 같은데 ‘우리도 못 건드린다’며 사정을 이야기해주셨어요. 부탁받아 여행지를 정하진 않았어요. 정해진 후에 지자체 관광홍보과로 연락을 했죠. 촬영을 하다보면 그분들과 정이 쌓여요. 그분들이 보여주고 싶은 장소와 저희가 가고 싶은 장소가 안 맞으면 충돌도 생기고 하는데 10번 싸우다 11번 화해하고 결국 정이 쌓이는 과정이죠. 특히 영월군 주사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PD 혼자 잘하면 중박은 낼 수 있는데, 국민예능 <1박2일>과 같은 성과를 내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70여명의 스태프가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해요. 전 연출가로서 큰 행운을 얻은 사람이죠.”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진 바람에 익명의 일상을 즐길 수 없게 됐다는 점은 <1박2일>이 그에게 남긴 ‘개인적 애로사항’이다.

“조만간 여행을 떠나요예전에 김C형이 독일로 떠나면서 그랬어요아무것도 안 하고 한동안 있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게 진짜 하고 싶은 일이래요저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제 마음이 어디론가 흐르겠죠.

Source & Image : 경향신문 via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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